작년 12월 10일, 프로축구 1, 2부리그의 총 20구단(K리그 클래식 14팀, 2부리그 6팀)이 참가하여 2013년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를 진행했었다. "드래프트" 방식은 해당 프로리그에 참가하고 싶은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을 하고, 드래프트에서는 구단들이 추첨 방식(해외에서는 전년도 순위 역순 방식을 채택하기도 함)으로 선수 선발 순서를 결정하여 선수를 한 명씩 선발해나가는 방식입니다. 당시에는 '드래프트' 방식으로 신인선수를 선발했지만, 점진적으로 자유선발제로 개편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1부리그 구단들은 1명씩, 2부리그 구단들은 5명씩 자유계약 방식으로 신인선수를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1부리그의 12개의 구단이 12명의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또한 구단 산하 유스팀 출신 선수를 우선지명하는 제도도 있기 때문에 최근 이러한 드래프트 방식의 신인선수 선발은 그 매력도를 점점 잃어가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드래프트 제도에 대해서는 많은 팬분들의 비판이 있었습니다.
먼저 선수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드래프트에서 A라는 구단에 지명을 받았다면, 그 구단이 아닌 B구단이나 C구단에 입단하고 싶다하더라도 무조건 A구단으로 입단해야합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선수들은 본인이 직접 뛸 팀을 선택할 기회가 없습니다. 또한 선수들의 연봉이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낮은 드래프트 순위에 뽑힌 선수들의 연봉이 낮아서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유인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드래프트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 가맹국 국적의 해외선수 1명은 용병 제한에 상관없이 보유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의 시행으로 인해 최근 대학 축구 그리고 청소년 국가대표팀에서 활약을 펼치던 훌륭한 유망주 선수들이 K리그 드래프트 신청을 하기 보다는 J리그로 입단을 하는 현상이 근 몇 년 동안 발생하였습니다.
광주FC에서 K리그 데뷔를 했던 공격수 김동섭 선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007년에 J리그 시미즈 S펄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습니다. J2리그의 도쿠시마 보르티스로 임대된 기간까지 하면 총 4년을 J리그에 있었지만, 겨우 11경기를 출장하는데 그쳤고, 결국은 다시 K리그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1 시즌 중반에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한 경희대 출신의 권진한 선수, 올림픽대표팀 선수였던 김민우/백성동 선수, 올림픽 예선에도 참가했고,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도 선발되었던 숭실대 김영근 선수 등 많은 선수들이 이미 J리그에 진출한바 있습니다. 1 그리고 최근에는 U-20 대표 선수인 한남대학교의 이민수 선수가 시미즈 S펄스로 이적하기도 했습니다. 2
이러한 유망주들의 J리그 진출은 K리그에 드래프트의 점진적 폐지 및 자유계약제도의 확대를 가져오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수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 성장하여 활약하고, 이를 통해 리그의 수준을 높여야하지만 현행 제도로는 우수한 선수들을 붙잡을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제도로 변화하기 위해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계약제도가 지금 처한 문제점을 일정 부분해결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문제점을 가져오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유망 선수들의 주요 기업구단 집중 현상"이 문제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자유계약제도에서는 신인선수와 계약할 수 있는 최고 금액과 최저 금액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구단에서 자금력을 동원하여 유망 선수를 독점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반대로 말하면 최고 금액이 같다면, 유망 선수들은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고, 높은 팀 명성도를 가진 주요 기업구단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지요... 연봉도 계약금도 똑같다면, 어느 누가 수원삼성, FC서울, 전북현대 등과 같은 우승권 팀에 가고 싶지 않을까요?
물론 리그 내 구단들의 전력평준화라는 드래프트 제도의 취지를 적절히 살리기 위해서는 전년도 리그 순위의 역순으로 신인 선발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대형 신인선수라고 인정 받는 선수들이 1년차에서 K리그에서 대체로 크게 활약하지 못하는 상황을 비춰보면 지금까지 K리그가 활용해왔던 신인드래프트 방식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전북으로 이적한 이승기 선수 같은... 그런 예외도 있긴 합니다만!) 현행 방식의 장점은, 유망 선수들을 구단이 보유한 돈이나 명성이라는 요소가 아니라 적절한 행운과 정보력으로 구단들이 수급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괜찮은 신인선수들이 적절히 배분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축구연맹에서는 자유계약제도로 완전히 전환되었을 때에도 유망 선수들이 K리그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런 선수들이 각 구단들에 적절히 배분되어서 구단들이 충분한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그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한 두 팀이 우월한 경기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단의 경기력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 두 팀이 매해 리그의 타이틀을 독식한다면, 이는 리그 전반적인 Competitive balance를 무너뜨리고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인 경기 결과의 불확실성이 깨지면서 프로축구는 그 박진감과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현행 신인선발제도를 통해서는 분명 많은 유망주들이 J리그로 유출되고, 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훌륭한 선수들이 부족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새롭게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생각해보고 이에 대한 대비도 착실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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