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피곤하다.
월드컵 시즌인데 생방으로 보지 못한다면 아쉬울 경기가 너무 많기 때문에 나름 열심히 챙겨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경기를 다 생방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ㅎㅎ
어쨌든 요즘 월드컵을 보면서 안구가 정화되는 경기들(독일,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정도?)도 있었지만 맥주값이 아까운 경기들(카메룬, 일본.....)도 있었다. 잠시 우리나라 경기를 떠올려보자면 홈 어드벤테이지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이긴 적이 언제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이긴 경기였다. 그러나 잘하기도 했지만 그리스의 실력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어서 태극전사들이 아르헨전을 통해 나의 이런 생각을 무참히 밟아주었으면 한다. 아자아자 화이팅!!!!!!
아르헨전이 끝난 후 태극전사들이 모습이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다리던 승전보에도 불구하고 태극전사들의 승리에 관한 내용을 집중 포스팅하지 않고 북한 대표팀의 정대세에 대해 포스팅하게 된 이유는 그가 오늘 새벽 나에게 정신이 번쩍드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젯밤 너무너무 재밌었던 코트디부아르와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고 바로 잠들고 나서 힘겹게 3시에 일어났다. 현 FIFA랭킹 1위의 최강 브라질과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FIFA랭킹 105위의 북한과의 경기. 북한이 이길 확률은 매우 적지만 스포츠는 항상 영화같은 이변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있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각 나라의 국가가 연주되었다. 북한의 국가가 연주되고 선수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나오는데.... 어라...?
정대세 선수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확히 왜 그가 울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정대세 선수의 눈물이 왠지 모르게 나를 찡하게 만들었다. 눈물을 흘릴 정도라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오늘 정대세 선수가 한 건 터트리겠구나’ 했다.
그러나 결과는 1:2 패배. 실력차가 명확히 드러나는 경기였지만 스코어에서 북한의 위력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 후에 인터뷰에서 정대세 선수가 눈물을 흘린 이유를 밝혔다.
“큰 대회인 월드컵에 나온 것과 세계최강 브라질하고 붙는 것에 대해 감동했다.”라도 했다. 이유가 생각보다 간단했지만 정대세 선수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을 가졌을 것 같다.
지금 ‘정대세 눈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수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의견 중에 정대세 선수의 눈물을 정치적인 면과 관련시켜서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적 의도가 짙은 가식적인 눈물이라고 하며.... 그러나 적어도 내가 봤을 때는 그런 감정은 없는 것 같다. 축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약간의 국가에 대한 감정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드록바가 자국의 내전을 축구를 통해 중단시켰던 것처럼 비록 현재 여러 가지 사건들로 사이가 안 좋지만 월드컵 때만큼은 남북이 서로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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